“임실치즈.”
이 단어만 들어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장이 있습니다.
바로 전라북도 임실군입니다.
한국 최초로 자연치즈 생산이 시작된 곳이자, 지금도 국내 치즈 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진 이 도시는,
오랜 전통과 농촌의 정취를 간직한 아름다운 지역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평화롭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도시는 2025년 현재 대한민국 소멸위험지역 상위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치즈는 남았지만, 사람이 사라지고 있는 도시 –
오늘은 전라북도 임실군의 현재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임실군은 어디에 있고 어떤 곳인가요?
임실군은 전라북도 남부 내륙에 위치한 군 지역으로,
북쪽으로는 전주, 동쪽으로는 남원, 남서쪽으로는 순창과 인접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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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 약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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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1읍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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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특산물: 임실치즈, 고추, 쌀,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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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관광지: 임실치즈테마파크, 옥정호, 성수산 등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비교적 온화한 기후 덕분에
귀농·귀촌 수요도 한때는 활발했던 지역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심각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로 지속 가능한 농촌 모델로서의 미래가 위협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임실군의 인구 현황 (2025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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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인구: 약 2만 3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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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고령 인구: 약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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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위험지수: 0.19 (소멸 ‘고위험’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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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9세 여성 인구: 1,000명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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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 (0.68 내외)
전라북도 전체가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임실군은 ‘고령화 + 청년 유출 + 저출산’이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대표 지역입니다.
왜 임실에서는 사람들이 떠나는 걸까?
1. 직업 다양성 부족
임실의 산업 구조는 대부분 농업 중심이며,
가공식품 산업도 대부분 소규모입니다.
청년층이 원하는 직업군(IT, 디자인, 콘텐츠 등)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2. 교육·진로 인프라 부족
중학교까지는 그나마 지역 내에서 다닐 수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전주, 익산, 서울 등 외지로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자연스럽게 지역 내에서 성장→진학→취업→정착이라는 순환 구조가 끊기게 됩니다.
3. 의료·문화 생활의 한계
지역 병원은 대부분 노인 진료 위주이며,
영화관, 서점, 공연장 등 문화 인프라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청년은 물론,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장기적으로 거주하기 힘든 환경입니다.
남은 건 치즈뿐? 임실치즈마을의 이면
임실은 전국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지역 브랜드 중 하나인
‘임실치즈’의 고향입니다.
실제로 많은 관광객이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찾고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만큼 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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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생산은 소수 기업에 집중되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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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의 직접적인 고용 효과는 제한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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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시즌 외에는 상권이 거의 정지 상태
결과적으로, 임실치즈는 지역의 정체성은 되었지만, 생존 기반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임실군의 대응과 과제
임실군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1. 귀농·귀촌 정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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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형 귀농주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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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창업 교육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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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치즈 관련 창업 연계 프로그램 운영
→ 그러나 정착률은 낮고, 고령 귀촌인의 비중이 높음
2. 청년 정책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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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 공간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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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형 청년마을 프로젝트
→ 제한된 예산과 낮은 참여율로 실질 효과는 아직 미비
3. 관광 자원 연계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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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농촌 체험 + 로컬 푸드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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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 주변 관광지 개발
→ 자연은 훌륭하지만, 숙박·교통·체험 프로그램이 분산되고 미흡
임실군의 미래는?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임실군은 향후 10~15년 내 ‘행정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젊은 세대가 머물지 않고,
노년층은 점점 고령화되며 의료와 복지 수요만 늘어가는 구조 속에서
지역 사회는 점차 유지비만 들고 기능은 사라지는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은 반드시 사라지는 운명’은 아닙니다.
임실처럼 브랜드와 정체성이 있는 도시는
적절한 정책과 투자, 그리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 포인트를 재정비할 수 있다면
소멸위기를 되돌릴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
임실군의 사례는 지역 브랜딩이 잘된 도시도
‘지속 가능한 인구 구조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줍니다.
단기적 지원이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조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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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중심 산업 유치 (로컬 스타트업, 콘텐츠 산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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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교육·문화 인프라 집중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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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브랜드와 연계된 숙박·체류형 콘텐츠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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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리모델링을 통한 창업 공간 제공
마무리하며 – 브랜드만으론 부족하다
임실군은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역 브랜드가 아무리 유명해도,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없으면 모든 것은 멈추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임실의 작은 마을에서 학교 종이 울리지 않고,
텅 빈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기다리지 않는 현실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겐
지방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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